2009년 10월 17일
차돌박이가 뭐라고.
어제는 팀 야유회로 강화도에 갔었다. 팀 야유회에는 언제나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역시 먹고 마시는 것이다.
그 중에도, 상사가 뭘 먹고 싶어하고, 어떤 걸 하고 싶어 하냐에 따라 야유회를 계획하고 운영하는 부하들이 말 못할 고생을 할 때가 많다.
매번 가을 즘에 야유회를 가기 때문에, 서해안에 가게 될 경우, 늘쌍 먹는 것이 있는데, 바로 전어와 대하다. 그런데 누군가 한 명이 대하를 차돌박이에 싸서 먹고 나서 인상 깊은 맛이었는지, 야유회 먹거리를 사러 갈 때마다, 차돌박이를 사오라고 다그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차돌박이라는 것을 작년에 처음 알 았을 정도로, 그다지 잘 팔지도 않고 즐겨 먹지도 않는 소고기 부위이다. 그래서 늘쌍 고기를 사러 가서도 차돌박이를 안파는 곳이 대부분이고, 팔더라도 가격이 비싸니 경비 지원이라도 없으면 먹기 힘든 고기 부위가 된다. 그나마 한우 등심 같은 것은 비싸도 가격대가 다양하고, 어느 정육점이나 팔고 있으니 그나마 나은데 말이다.
어제는 서바이벌 총으로 사격 내기를 해서 1등한 사람이 10만원 법인카드 팀비를 받았는데, 그 차돌박이를 외치던 사람이 1등을 하게 되어서, 야유회 펜션에 도착을 해서 저녁 거리로 대하와 전어를 사러 갈 때, 10만원 어치 차돌박이를 사오라는 지시를 우리들에게 내렸다.
그래서, 근처 강화도 외포항에 가서 전어와 대하를 사고, 그 곳에 정육점이 있어서 그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정육점에서 차돌박이를 사오겠다고 하니, 그러라고 한다. 그러나 그 조그만 정육점에 들리니 역시나 차돌박이는 팔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리도 모르는 곳에서 정육점을 찾아다닐 수도 없고, 네비게이션에서 보니 주변에 안양대학교 분교가 있어서 그 곳에 가면 고기집이 많지 않을까 해서 일단 차를 몰아갔는데, 허허벌판일 뿐이니 어떻하랴..
그래서, 차돌박이 파는 곳을 찾을 수 없다고 다시 전화를 하니까, 그 사람이 어쩔 수 없으니 돌아오라는 말을 했다. 그러나, 그 분은 작년에도 차돌박이를 안 사온 것때문에 1년내내 야유회 얘기가 나오면 하던 사람이라서, 이 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사가기로 마음을 먹고, 강화도 읍내쪽으로 향하였다.
가는 도중에, 길가에 한우마을 이라는 곳이 보이지 않는가. 그래서 급히 차를 세워 물어보니 차돌박이가 있는데, 많이 찾지 않아서 한근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한 근이면 누구입에 풀칠을 하려나 하는 생각에 다시 나와서, 읍내로 향하였다.
읍내에 가보니 여러 마트가 있었고, 그 중에 하나로 마트가 눈에 보였다. 그 곳을 가기 위해 불법 U턴을 해서 하나로 마트에 도착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분명 차돌박이를 팔거라고 생각해서 들어가보니, 차돌박이만 빼놓고 다 팔고 있었고, 정육점 하시는 분이 왜 차돌박이를 먹냐면서 등심 맛있는 거 있으니 그걸 주겠다고 하는 말에, 차돌박이가 아니면 의미가 없기에 발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불법 U턴을 하기 전에 봤던, 정육점을 크게 하는 곳과, 그리고 SK 마트라는 곳에 가보기로 했다. 고기만 크게 하던 정육점은 의외로 대량으로만 파는지 차돌박이는 없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불법 U 턴을 해서 SK 마트에 가보니 차돌박이가 있다고 그런다...
그러나, 오늘은 차돌박이를 팔 수 없다는 그들.. 도대체 왜 못파냐고 하니까, 오늘 차돌박이가 들어와서 팔 수가 없다고 한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니 이해가 갔는데, 그 이유는 바로 냉동이 안되서 기계로 얇게 썰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보통 우리가 먹는 차돌박이는 두께가 조금이라도 두꺼우면 살이 질겨서 먹기 힘들기 때문에, 얇게 썰어서 판다는데, 얇게 썰기위해서는 고기를 단단하게 얼려서 기계칼로 썰어야 된다는 것.
그래도, 어쩌랴, 고기 사러 쓸 데 없이 읍내까지 30분 넘게 차를 몰아서 왔는데, 그대로 돌아설 수도 없었다. 그래서 기계로 안 썰어도 된다고 하면서 고기를 썰어 달라고 했다. 그러니, 사람 손으로는 아무리 얇게 썰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면서, 불평을 하면서 결국 칼로 썰어주셨다. 냉동실에 넣은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조금 썰다 보면 사람 체온 때문에 녹아서 얇게 썰 수 없게 됬다. 그래서 다른 차돌박이 덩어리를 꺼내서 짤라 주셨다. 그렇게 해서 차돌박이 두근을 사갔는데, 무려 9만원이나 했다. 정육점 주인은 의외로 질길 수 있는데, 한 번도 얼리지 않은 거라 더 맛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해주었다. 암튼, 우리에게는 그런 건 필요 없었다. 일단 이렇게 시간을 들였는데 못 사가면 너무 억울했다...
그렇게 사가서 갖은 고생담을 얘기해 주려고 했는데, 펜션에 도착하니 모두들 게임에 빠져서 저녁 준비할 생각도 없었다. 차돌박이를 시킨 사람은 동전 따먹기를 하고 있고, 몇몇은 닌텐도 위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정작 대하를 굽는데 오래 걸려서, 차돌박이는 그냥 다 구워 먹어버렸다. 사람들은 맛있다고는 하는데, 그럼 왜 나는 대하와 차돌박이를 사러 간건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 부터는 차돌박이를 먹지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희귀한 거 좋아하는 사람들 남한테 사오라고 하지 말아라. 겨울에 딸기 먹고 싶다는 노부모도 아니고, 이게 뭐냐고...
# by | 2009/10/17 20:32 | today!! | 트랙백 | 덧글(0)



